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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Show

KBS <역사스페셜> - 재탕의 스페셜

by 복복이 아빠 2009.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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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기에는 주말 TV 리모콘 전투에서는 항상 우리의 주군이신 아버지께서 압승을 하셨다.
아버지나 어머님이 즐겨보시는 드라마 이외에는 아버지의 취향상 언제나 8시에 <역사스페셜>을 시청하시고 9시뉴스를 보고 지방뉴스를 보고나서 잠에 드는 그런 싸이클의 구조를 가진 우리 왕조였다. 그런만큼 나에게 <역사스페셜>은 어린시절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촉매제였다. 일주일마다 나오는 새롭고 또 철저한 고증을 거친 영상들과 학문계의 여러 석학들의 인터뷰를 통한 새로운 역사에 대한 접근은 상당히 흥미로울 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나의 인식은 아마도 보통의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있을 그런 공통의 관념이었다. 이런 나에게 또 반발심을 들게 한 한 발견이 있었으니...

그것을 나는 "재탕의 스페셜"이라고 부르겠다. 

<위 그림은 2005년과 현재의 역사스페셜 프로그램의 오프닝영상(?)이다>
우연히 시간이 남아서 오랜만에 역사스페셜 그 중 전쟁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게되었다(필자는 어느 전쟁에 군대를 더 많이 썼는지, 사상자는 얼마나 더 큰지, 영토는 얼마다 바뀌었는지 같은 초딩과 같은 마인드로 비교하는 역사를 상당히 좋아한다). 과거 유년기에 대한 기역으로 이 다큐교양을 보던 나에게는 '역시 대한민국이야~'라는 약간은 민족주의적인 생각은 끊이지 않고 내 뇌에 기억의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또, 필자는 환단고기와 같은 우리나라의 상고사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그러나 이런 것도 잠시 나는 조금 이상한 영상들을 몇 개 접하게 되게된다.
<이 영상은 서로 다른 2005년과 2009년의 역사스페셜 캡쳐이다>
이 사진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2009년의 TV 영상의 질이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느끼는 이가 있다면 그대는 진정 눈이 좋은 것이다. 나는 그보다 무려 4년이나 지난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영상을 틀어주고 있다는것에 놀랬다. 인터뷰 내용이 다른 것도 아니다. 똑같다. 또 자료가 있다.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 같지만 일단 증거자료 이므로>
이 역시 부연 설명은 하지 않겠다. 똑같다. 내용도 똑같다. 첫번째 영상에 대한 자막을 2009년에 달아놨다고 할 것 밖에는 딱히 차이점도 없다.

시사교양프로그램, 일주일에 하나 만들기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또 국제적인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들 프로그램의 예산문제로 새로운 영상을 매번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역시도 그런 입장이라면 이런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문제삼고 싶다. CG와 전쟁장면, 문화제에 관련된 촬영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국영방송이라는 KBS에서 국내 석학에 대한 인터뷰까지 재탕을 해야하는 것일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이며, 국민의 교육을 위한 시사교양다큐라면 그 정도의 성의는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같은 주제의 문제였고, 또 그것을 이용해도 사람들은 몇년의 차이이기 때문에, 잘 모를 것이라는 문제또한 안다. 그리고 이렇게 자료를 재탕한다고 하여도 그렇게 문제삼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아마도 나처럼 이러한 역사관련 다큐를 보고 우리나라의 역사의 현주소와 과거, 미래에 대해 인지해 나가는 청소년, 어린이, 학생, 어른들이 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물론 이 두 프로그램에서 완전 똑같히 예전의 것을 재탕해서 만든것은 아니다. 새로운 영상도 넣고, 인터뷰도 추가하였다. 하지만 아직 그렇다고 위안이 되지 않다. 왠지 시청자라는 국민을 기만한거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화장실 개그를 일삼는 그리고 막장소재를 주제로 삼는 막장드라마들고 이러한 재탕은 별로 하지 않는다(물론, 소재의 재탕은 많이 이루어진다). 이런 방송의 문제에 대해서 종종 일침을 가하고, 또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하는 교양프로그램에서 이런식으로 똑같이 이루어진다면 과연 이 것이 방송으로서의 영향력을 가질까 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것은 그냥 논문을 여기저기서 퍼다가 만든 Ctrl C+V의 향연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양질의 프로그램을 위해서 이러한 것은 조금 시정하고 고쳐나갔으면 좋겠지만, 이제 다큐를 볼 때, 그리고 방송들을 볼 떄 의구심이 들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제발 잘 만들어달라는 이야기이다.

※ 또, 글이 아무 기승전결이나 논리의 흐름을 따지지 않는 그냥 내 던지기식의 글이 되어버렸다. 내 교양적 양식의 한계를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책을 좀 읽어야겠다.
※ 여기에 실린 모든 사진의 권한은 KBS에게 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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