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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첫 경험 - 쉬어매드니스

by 복복이 아빠 2009.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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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은 쉬어 매드니스 홈페이지에서 퍼 온 것>

내 생에 첫 연극 (서울에서, 대학로에서 처음 본)
                                      - 쉬어 매드니스(Shear madness)


우연히 황양의 선물로 전봉준과 보게 된 첫 연극.
대학로를 코 앞에 두고도 친구들이나 남들이 연극 뭐 보았어?
하고 물으면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던 내게 문화적 첫 경험을 하게 해준 첫 연극이다.
그전에는 거의 돈도 없었지만, 문화 보다는 유흥비로만 쓰던 내 돈.
후회된다.
연극이 이런거였다니.

단순히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인터넷에서 공연이 어디서 하는지만 검색하고 간 그 연극.
나중에 들어보니 단순히 창작연극인줄로만 알았던 이 것은, 세계적으로 많이 공연되고 있는 나름 꽤 인지도 있는 연극이었던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다는 연극)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한 동네(여기서는 현 위치인 동숭동으로 표현)의 쉬어매드니스 라는 한 미용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물론, 미용실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그 건물 4층)에 대한 추리극이다.

동숭동에 위치한 Shear Madness 미용실. 말 많고 분주한 미용실의 일상이 시작된다. 미용실은 금방 손님들로 가득 차고 위층에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의 피해자는 미용실위층에 사는 왕년에 잘 나가던 유명 피아니스트 송채니. 손님으로 가장하고 잠복해있던 형사들은 미용실에 있던 손님들을 용의자로 간주하고, 이 광경을 모조리 지켜보고 있던 관객들은 목격자이자 배심원이 되어 그 날 용의자들의 행적을 캐묻는다. 범인을 찾으려는 형사들과 관객들. 그리고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완벽하고 치밀한 알리바이를 내세우는 미용실 주인 쬬지, 미용사 수지, 부잣집 마나님 권영화, 골동품 판매상 오준수. 쉬어매드니스 미용실 안에 범인이 있다. 이제 범인은 당신이 잡을 차례다!

출처-쉬어 매드니스 홈페이지http://www.shearmadness.co.kr/

이러한 줄거리를 갖는 쉬어매드니스.
처음에 공연장을 들어갔을 때는 촌놈 두명(왕서방과 전봉준)을 어색하게 만들었던 무대 세트나 배우들의 모습은 아직도 나를 피식 웃게 한다. 찬찬히 살펴본 세트장은 우리가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미용실과 다름이 없었다. 공연중에 영화관에서 예고편을 틀어주듯, 미리 몸을 풀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은 너무나 생소하였지만 그 중 최고 압권은 ......
 
"저기요. 판프렛 좀 구할수 있어요?" - 왕서방, 씨드, 영원불사해피
 "아...프로그램이요? 사셔야 해요. 2000원" - 공연진행자

아......길에서 프로그램 가격은 얼마다 이렇게 써있는 것을 너무나도 자주 본 내게 그러한 촌티....정말 창피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오자면 나는 나름 추리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무대세트부터 배우들의 온 행동하나 하나를 다 살펴보았다. (무대에 달려있는 시계를 보면서 제면서 연극을 봤으니깐 말이다.-시계가 조금 빨리 가는 듯, 극중 시간에 맞춰져 있지만 약이 딴거 같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잘 듣기 힘든, 조금은 상스러운 말들, 시대풍자적인 대사들, 과도한 몸짓 정말 뭐하나 빼 놓을 것 없을 정도로 나에게는 정말 신선했다. 특히 관객이 참여하여서 질문을 하면 답해주고, 관객의 의견을 결론으로 반영하여서, 매회마다 다른 결과를 가져와서 또 관객들이 오게 만드는 그 매력은 참 "olleh~!"였다. 추리극의 특성상, 이렇게 블로그나 여러 언론을 통한 스포는 정말 큰 카운트 어택이고, 그래서 정말 먼저 "영화 '마더'의 범인은 원빈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연극은 그런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 매번 달라지니깐 말이다. 가장 자주 범인으로 상투적으로 지목되는 사람은 오준수라는데, 우리는 장미숙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차마 물어보진 못했지만 내 생각에 송채니가 하 뭐시기와의 스캔들로 만들어낸 딸이 장미숙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나는 장미숙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런 다음, 범인이 장미숙으로 밝혀지면서, '역시 나의 추리력은 대단해''관객 참여라는 것이, 관객들이 추리에 참여한다는 것이구나'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극 중 형사 역할의 배우가 마지막에...

 " 여러분들이, 오늘은 장미숙을 범인으로 지목하셨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친구, 아니면 여러분들이 다음번에 또 오셨을 때는 여기 있는 나머지 세명도 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라고 언급하였을 때, '아~ 이게 관객참여구나"라는 생각과 마치 카이저소재의 발걸음을 생각나게 하는 반전이 폭풍이 내게 몰아쳤었다.


연극의 현장성,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것을 교과서에서만 배워오던 나에게 그것을 실감하게 해주었던 내 생에 첫 연극, 쉬어매드니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고, 또 황양의 선배에게 또 티켓을 원추하는 바이다.

연극이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했는데, 이 것이 마지막이 아니길 소망하면서 글을 마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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